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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8일 국립중앙박물관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들이 하는 날. 양평역에서 8시 52분 문산행 열차를 타고 이촌역으로 간다. 박물관 입구 정원에 자리한 나무가 노랗게 단풍이 들고 있다. 추색이 완연하다고 해야 할까? '거울못'에 가을이 느껴진다. 이촌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박물관으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거울못에 자리한 '청자정'. 계단을 오르면 '짠~~'하고 이 숨을 막히게 한다. 이리 찍고, 저리 찍어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선다. 3층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는 개방감이 마치 오래된 유럽 성당에 들어서는 듯 하다. 전시실 사이의 중앙홀. 전시실을 이동하다 잠시 쉬어 갈, 아니 잠시 생각하고 갈 쉼터가 보인다. 박물관에 가면, 전시 유물을 관람하느라 다리 아프게 걸어 다닌 기억에 '너무 힘들어서 또 오지는..
2020년 10월 17일 Music Therapy 집 청소를 했다. 걸레질까지 끝내고 거실을 맨 발로 걸을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깔끔함이 좋다. 청소기로 먼지만 제거하면 발바닥에 미세한 먼지가 느껴지는데, 걸레질까지 하고 나면 청정함이 느껴진다. 거실 바닥의 대리석과 내 발바닥 사이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중간에 뭔가가 가로막는 것이 없는, 곧바로 소통되는 질감이 느껴진다. 청소 후 오랜만에 Marantz Amp.에 JBL Speaker를 통해 음악을 들었다. 다소 높게 볼륨을 올리고 음악에 빠져든다. 20-30분간 Classic.으로 앰프와 스피커를 워밍업 하고, 나의 애창곡 아니 애청곡으로 선별해 놓은 가요를 선택한다. 복면가왕에 나왔던 음악이 많고, 7080 발라드 음악이 주다. 거미가 부르는 조덕배의 '꿈에'를 통해 소름 돋는 가창력을 마..
2020년 10월 16일 익숙한 것과의 이별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까지는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확실하다. 통영에서 두 달 보름간 혼자 살다 내집 하남 아파트에 왔는데 낯설다. 물리적 장소나 사람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내가 해 오던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 낯설다. 혼자 일어나 요가하고, 명상하고, 샤워하고, 차를 마시며 맑은 정신으로 글 쓰는, 내게는 익숙한 것들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서울 집에서의 생활 방식에 맞추게 되는, 나의 루틴한 일상과는 다른 행위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혼자가 아니고, 아내와 둘이 함께 하는 공간이기에 새로운 삶의 패턴이 생긴다. 그래서 조금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이 즐거움도 준다. 나를 고집하지 않고, 내 삶의 익숙한 패턴을 버리면 나는 조금 불편할 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2020년 10월 15일 내가 선 자리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에서 백미는 지리산과 덕유산 능선을 보며 달리는 구간이다. 남쪽나라 통영에 살다보니 모르고 있었는데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지리산과 덕유산의 8부 능선을 경계로 정상부근은 붉은 단풍이 들었고, 아래쪽은 녹색빛이 사위여 가고 있다. 그런데 누가 저리도 반듯하게 선을 그어 놓았을까? 8부 능선을 기준점으로 이상과 이하의 구분이 아주 또렸하다. 특히 멀리서 능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세부적으로 살핀다면 햇살이 잘 드는 곳과 그늘져 찬 바람이 부는 곳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큰 그림으로 본다면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나무도, 응달진 북쪽에 자리한 나무도 똑같이 8부능선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놓은 듯이 위쪽과 아래쪽이 다르다...
2020년 10월 12일 저축과 잉여는 다른가? 氣의 순환. 氣란 무엇일까? 나의 신체 내부에서 흐르는 에너지. 2020년 퇴직 후 아침 요가의 마무리는 명상과 단전호흡이다. 10개월 가량 가벼운 단전호흡으로 손바닥에서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전에 집중하며 호흡을 하다보면 단전이 뜨거워지고, 몸이 더워지며 가벼워짐을 느낀다. 30대 초반, 단전호흡을 배우러 다닐 때의 빠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무리한 호흡이 아니다. 빨리 단전이 뜨거워지게 하려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기운을 집중하기만 했던 그릇된 수련이 아니다. 편한 호흡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단전에 기운이 모아지는 수련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강한 힘과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편한 호흡 가운데 조금만 단전을 의식하며 집중해도 단전자리가 뜨거워지고 축(築)기(氣)가 이루어짐을 ..
2021년 3월 5일 제주여행 4. 성산유채꽃 성산에 가면 관광객을 위해 유채꽃밭을 만들어 입장료로 1,000원씩 받는 곳이 있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노랗게 핀 유채꽃은 한눈에 봐도 제주임을 확인시켜 주는 장소다. 여보! 너무 인위적인 것 같소... 귤과 갈대와 유채꽃의 절묘한 밸런스. 너희는 어쩌면 이리도 곱니? 한 입 베어물고 싶다.
2021년 3월 5일 제주여행 3. 광치기해변 제주에 오면 꼭 가 봐야지 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성산일출봉을 해수면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광치기해변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되어 생성된 Surtsey 화산인 성산 일출봉.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리고 찍었다. 바다엔 파도가 없으면 생동감이 사라진다. 내가 제주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청정한 바다와 몸을 흔드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제주다운 풍경때문이다.
2021년 3월 5일 제주여행 2 유채꽃 제주여행 두 번째 날. 하루종일 비가 내렸던 어제와는 다르게 파란 하늘이 보인다. 제주도 동쪽으로 가면 유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성산을 향해 달리다 도로에 핀 올해 첫 유채꽃을 보고 차를 세웠다. 노란색은 마음을 훔치는 색이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노란색 개나리도, 님을 기다리며 Oak Tree에 Yellow Ribbon을 매다는 것도, 보는 이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고 노란색이 눈에 들어오는 봄이 찾아오면 나는 마음을 빼앗긴다. 노란색 꽃이 먼저 피고 꽃이 떨어진 다음에 녹색의 잎이 올라오는 개나리와 달리, 유채꽃은 녹색 잎을 배경으로 핀 노란 유채꽃이 조화를 이룬다. 제주의 바람이 지나는 화산암 돌담과 유채꽃,그리고 붉은색 지붕이 내 마음을 훔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