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05)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1년 3월 4일 제주여행 1 제주여행 첫째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한화리조트에서 7분 거리에 있는 절물자연휴양림부터 찾았다.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다 보면 라인강을 경계로 강너머에는 깊은 숲속에 바바리안들이 살고 있다는 글이 있다. 독일에는 지금도 Black Forest가 스위스 접경지역에서부터 슈투트가르트까지 펼쳐져 있다고 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흑림이라고 불리는 원시 자연의 모습을 나는 여기서 봤다. 거목 사이로 난 좁은 오솔길은 두려움보다는 평온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는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재료로 '웃는 장승'을 조각해 세워 놓았다. 웃는 모습은 역시 '하회탈'이 최고. 어르신의 살짝 혀를 내민 유머스러움은 21년전 돌아가신 아버님의 얼굴과 아주 흡사하다. 보고 있는 것만으.. 2021년 2월 18일 Swimming Turtle 강원도 아야진에 위치한 Swimming Turtle에 다녀왔다. 기온은 영하로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날씨만큼은 쾌청해서 파란하늘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한가로운 해안을 바라만 보고 왔어도 마음이 상쾌하다. 2층보다는 외투를 입고 Roof Top에 올라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끝없는 수평선, 귀를 울리는 파도소리 그리고 코 끝에 스치는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다. 1층 카페 입구를 들어서면, 좌측에 있는 자동 주문기로 음료 Order를 주문하고, 우측 산세베리아가 놓여진 전방 끝까지 걸어가면 좌측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가 보인다. 1층에서 바라본 바다. 동해바다의 상징이랄 수 있는 청정함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해안가 바위에서 부서지는 파도가 꽤나 높게 솟아오른다. 불멍, 눈멍, 물멍...만 있을.. 2023년 10월 21일 브람스, 첼로 소나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2악장, Allegreto Quasi Menuetto. 오늘 아침 5시에 잠이 깨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어둠에 잠겨 있다. 아직 잠자고 있는 세상을 깨우려면, 잠에서 반쯤 기어나온 나를 깨우기에는 음악이 최고다. 어제 저녁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기온과 거센 바람에 오늘 아침엔 섭씨 3도까지 곤두박질했는데, 이럴때 듣기 좋은 음악은 첼로연주가 딱이다. 첼로모음곡 100선을 스피커에 연결하고 다시 침대로 올라간다. 차가워진 날씨를 핑계로 따뜻한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워 본다. 첼로 연주를 들으며 30여분 뒤척거리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니 어둠속에 짙은 실루엣으로 산능선이 그려진다. 짙은 어둠이 아주 천천히 물러나면서 나무 숲의 실루엣이 선명해질 무렵, '어! 이건 뭐지?' 온 .. 2023년 10월 18일 천년의 미소, 그리고 천년의 고뇌. 천년의 미소, 그리고 천년의 고뇌. 좀 더 정확하게는 1400여년의 미소와 1400여년의 고뇌. 바로 국보 옛 제 78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옛 제 83호 반가사유상이 짓고 있는 얼굴 표정을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국립박물관이 있다는 사실과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지 조차 몰랐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시간에 쫓긴다는 핑게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60 중반이 되고, 퇴직한 후 3년이 되어서야 찾아간 국립박물관. 마침 내가 거주하고 있는 양평에서 경의중앙선을 타면 환승하지 않고도 이촌역에 내리면 연결통로를 걸어서 쉽게 갈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전철을 타고 도착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언덕을 올라 첫 눈에 들어 온 건물 외관부터 탄성을 짓게 했다. 우측의 주 전시실 건물과 좌측의 부속건물 사이의 .. 2023년 10월 16일 잔디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잔디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앞 산 나무에도 붉은 기운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아랫마을 골목길에 우뚝 선 은행나무도 노란색이 완연한데, 은행이 가득히 떨어진 골목길에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가을이다. 10월 중순이 되니, 벼 이삭도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한 농부가 추수를 끝낸 논도 보인다. 이렇게 2023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올해 10월엔 단풍구경도 다니며 가을을 만끽하자던 아내가, 꼭 패스해야 하는 시험이 10월 28일에 있다며 다음 주엔 양평에도 오지 않고 시험공부해야 한단다. 또 다시 혼자가 된 느낌이다. 어쩌랴... 나이가 먹을수록 고독과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만 괴로운 것을... 아내와 함께 하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단풍구경, 가을 나들이, 찬 가을 바람을 쐬며 다녀야겠다. 2023년 10월 14일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을... '눈을 감는다는 것'과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뜬다는 것, 눈을 뜨고 내 망막에 맺힌 상을 본다는 것은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나의 내면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어둠과 두려움이 아니다. 나의 내면세계는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인다.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힘을 뺀 상태에서 팔을 좌우 15도 각도로 벌려 내려뜨리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보면, 살그머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 발을 들고 서 보면 알지 못했던 다리의 근육이 느껴지고, 숨의 들고 남이 느껴진다. 몸통을 비틀면 옆구리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 몸 바깥세계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익숙하다. 눈.. 2023년 10월 13일 버려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외장하드가 열리지 않는다. 저장된 자료만 1TB가 넘는다. 큰 일이다. 문제는 사소한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핸드폰에 음악을 저장해 놓고 다니며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피커로 재생하거나 이어폰으로 들었다. 그런데 서늘한 가을이 되니 첼로 연주가 듣고 싶었다. 해서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음악을 핸드폰으로 옮기고, 그러면서 핸드폰에 저장되어 용량만 차지하고 보지는 않는 사진 파일을 지웠다. 그런데 갑자기 외장하드가 버벅거린다. 외장하드 인식에 시간이 걸린다. 이럴땐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해야 초조해 지지 않는다. 거실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1시간여 지나 올라와 보니 여전한 버벅거림. 문제가 있다 싶었다. 혹시 랜섬웨어? 생각이 들어 외장하드 전원을 껐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여 지나 외장.. 2023년 10월 10일 이젠 그만 들어와요. 나의 마지막 가을. 양평에서 보내는 마지막 가을. 마지막이라는 말이 이리도 서운한 말이었던가? 청명하게 푸른 가을 하늘색이 마지막 가을을 더욱 서운하게 만든다. 작년에는 맑은 가을 하늘이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동녁으로 솟아오르며 황금빛을 뿌리는 아침해가 그리도 황홀할 수 없었다. 오전 10시 무렵 잔디 마당에 쏟아지는 따스한 기운이 그리도 고울 수가 없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서면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의 핑크빛이 이리도 내 마음을 붙잡을 줄 몰랐다. 그저 양평 전원주택에서 맞이하는 모든 자연현상이 경이롭고 아름다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내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에는 다시 아내 곁으로 가기로 하고 보니, 이곳 양평에서 주어지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통영에서 느꼈던 ..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