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165)
2020년 11월 24일 아침의 녹차 한 잔 날이 차다. 발이 시리고 어깨가 시리다. 이불 속은 내 체온이 미치는 곳은 따뜻하지만 옆으로 돌려 손을 뻗으면 같은 이불 속이지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어나기 싫다는 몸을 달래 침대 밖으로 내려오니 바닥의 찬 기운이 발을 시리게 한다. 얼른 정수기 물을 전기 포트에 붓고 스위치를 켠다. 소금물 양치를 하고 나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시며 창 밖 산을 바라본다. 여기 통영의 산은 아직도 푸르다. 상록수만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닐텐데 싸늘한 기운은 겨울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창에서 보이는 산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하남 집에서 보았던 예봉산과 검단산의 단풍이 아직 여기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남쪽 나라의 따뜻함이다. 아침에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물이 움츠러들었던 몸에 더운 기운을 전..
2020년 11월 23일 신세계의 즐거움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와서 김수미 스타일 어묵 조림에 도전했다. 유튜브를 보면 여러가지 요리법이 있지만 기본적 요리법은 모두 비슷하다. 그동안 백종원 스타일 어묵 요리를 한 경험이 있기에 김수미 스타일도 어렵지 않았다. 청양고추와 게맛살까지 추가하니 색감도 보기 좋고 맛도 있다. 저녁밥을 공기가 아닌 국그릇에 담아 많이 먹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맛난 반찬을 보관 용기 가득 담아 냉장고에 넣으니, 마음이 부자인 듯 뿌듯하다. 작은 변화, 작은 기쁨이 가져오는 큰 행복과 만족. 내가 바뀜으로 얻는 신세계의 즐거움이다.
2020년 11월 22일 Slow Life 통영에 내려 온 아침. 5시에 눈을 떴다. 아내가 챙겨준 전기 보온요를 켜고 싸늘한 새벽 기운을 녹이며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통영에 내려와서 몇 달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삶을 앞으로 25년 내지 30년을 지속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 만족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천천히… Slow Life가 은퇴 후 생활패턴으로 바꾸어야 할 목표라 여기고 있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행동하고, 조바심내지 않음으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졌음은 긍정적 효과다. 그런데 긴장감이 사라지니 둔해졌다. 명료한 생각과 냉철한 판단력이 무뎌지고 생각지 못한 실수와 착오가 잦아진다. 북해에서 잡은 싱싱한 청..
2020년 11월 21일 다시 통영으로... 오늘은 통영, 내 집으로 내려 가는 날. 여느 때와는 달리 아내가 "꼭 가고 싶으냐?" "안 가면 안돼?"라며 나를 잡는다. 나도 속마음은 내려가고 싶지 않다. 아내와 함께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 5개월여 혼자 지내보았고,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도 지켜보았다. 통영과 거제도 바다를 매일 차를 몰고 나가, 볼 만큼은 보았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1년 약정을 하고 떠난 길을 중도에 돌아오고 싶지는 않다. 통영에서 5개월을 홀로 지내며 요리도 하기 시작해서 이제야 홀로서기 첫 발을 힘들게 뗀 것 같은데 그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처음 마음 먹은대로 1년을 채워보자.
2020년 11월 18일 위내시경 검사 5시 4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6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비에비스 나무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날. 8시 10분 예약이기에 서둘렀더니 7시 40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래도 병원에서 빠른 진행을 해 주어 위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8시 40분이다. 비수면으로 했는데 어렵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Tube가 가늘었는지 기도에 삽입되는 느낌도 없었다. 결과는 양호! 일반적인 약간의 위염증세는 있으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1달 전 통영에서 느꼈던 가슴 통증이 염려되어 위산 역류증상은 없는지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위내시경 사진도 선홍색의 붉은 빛이 있고, 주름진 부분도 좋아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슴 통증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염려했던 심장도 정상이고, 위산 역류도 아니라고 하..
2020년 11월 16일 연꽃은 탁한 물속에서 핀다. 오붓한 나만의 시간. 아내도 외출하고, 홀로 아점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신 후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 KBS 생클을 들으며 허브 티를 한잔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도 함께 따스해진다. 천천히 생각하고, 비우고, 내려놓고…언제까지일까? 오늘 뉴스에선 현각스님과 혜민스님 사이의 일침이 화제다. 혜민스님의 삼청동 거처를 두고 현각스님이 부처님의 뜻을 저버린 연예인의 삶과 같다는 비판의 소리를 하는데, 혜민 스님은 곧바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깨우침에 정진하겠노라 말했다고 한다. 이를 듣고 현각스님은 곧바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두 스님의 이야기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세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십거리가 될 수 없다. 이는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요, 구도자의 삶과 생각은..
2020년 11월 15일 친구 모친의 부음 소식 아침에 소파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찬겸이 어머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 그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느라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편안히 쉬시길 기원드리며 조문 갈 준비를 한다. 생각이 깊고, 의리 있으며, 직장 다니다 늦게 사시 패스해 변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멋진 친구 찬겸. 자네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시었소. 매일 아침 출근 전 부모님 댁에 들러 밤사이 건강을 확인하고 인사를 드린 다음 출근했던 효자 친구 찬겸. 어머님의 평안한 하늘 길을 기원하네!
2020년 11월 14일 정애씨 힘내세요. 정애씨 위암수술을 앞두고 격려차 '니캉내캉' 모임을 가졌다. 서종면 정의부부 전원주택에서 정오부터 시작해 '먹고 *자!'를 모토로 새벽 1시까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코스트코에서 산 소고기 숯불구이를 시작으로 정애-장균부부의 간편 김밥, 도가니 수육을 준비한 영미-정의부부, 고추전과 잡채를 준비한 영주-영식부부의 맛깔진 음식을 먹고 디저트로는 우리 부부가 준비한 과일과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가장 맛이 숙성해진다는 3일전 로스팅한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저녁엔 장작 Fire를 하고 마지막으로 아내가 주동한 '월남뽕'으로 8명이 배꼽을 잡았다. 새벽 2시가 넘어 귀가할 때는 장균이 새로 산 산타페로 집까지 데려다 주어 편하게 왔다. 수술을 앞두고 긴장될 터인데 평안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정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