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165)
2023년 10월 18일 천년의 미소, 그리고 천년의 고뇌. 천년의 미소, 그리고 천년의 고뇌. 좀 더 정확하게는 1400여년의 미소와 1400여년의 고뇌. 바로 국보 옛 제 78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옛 제 83호 반가사유상이 짓고 있는 얼굴 표정을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국립박물관이 있다는 사실과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지 조차 몰랐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시간에 쫓긴다는 핑게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60 중반이 되고, 퇴직한 후 3년이 되어서야 찾아간 국립박물관. 마침 내가 거주하고 있는 양평에서 경의중앙선을 타면 환승하지 않고도 이촌역에 내리면 연결통로를 걸어서 쉽게 갈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전철을 타고 도착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언덕을 올라 첫 눈에 들어 온 건물 외관부터 탄성을 짓게 했다. 우측의 주 전시실 건물과 좌측의 부속건물 사이의 ..
2023년 10월 16일 잔디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잔디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앞 산 나무에도 붉은 기운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아랫마을 골목길에 우뚝 선 은행나무도 노란색이 완연한데, 은행이 가득히 떨어진 골목길에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가을이다. 10월 중순이 되니, 벼 이삭도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한 농부가 추수를 끝낸 논도 보인다. 이렇게 2023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올해 10월엔 단풍구경도 다니며 가을을 만끽하자던 아내가, 꼭 패스해야 하는 시험이 10월 28일에 있다며 다음 주엔 양평에도 오지 않고 시험공부해야 한단다. 또 다시 혼자가 된 느낌이다. 어쩌랴... 나이가 먹을수록 고독과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만 괴로운 것을... 아내와 함께 하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단풍구경, 가을 나들이, 찬 가을 바람을 쐬며 다녀야겠다.
2023년 10월 14일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을... '눈을 감는다는 것'과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뜬다는 것, 눈을 뜨고 내 망막에 맺힌 상을 본다는 것은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나의 내면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어둠과 두려움이 아니다. 나의 내면세계는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인다.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힘을 뺀 상태에서 팔을 좌우 15도 각도로 벌려 내려뜨리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보면, 살그머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 발을 들고 서 보면 알지 못했던 다리의 근육이 느껴지고, 숨의 들고 남이 느껴진다. 몸통을 비틀면 옆구리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 몸 바깥세계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익숙하다. 눈..
2023년 10월 13일 버려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외장하드가 열리지 않는다. 저장된 자료만 1TB가 넘는다. 큰 일이다. 문제는 사소한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핸드폰에 음악을 저장해 놓고 다니며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피커로 재생하거나 이어폰으로 들었다. 그런데 서늘한 가을이 되니 첼로 연주가 듣고 싶었다. 해서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음악을 핸드폰으로 옮기고, 그러면서 핸드폰에 저장되어 용량만 차지하고 보지는 않는 사진 파일을 지웠다. 그런데 갑자기 외장하드가 버벅거린다. 외장하드 인식에 시간이 걸린다. 이럴땐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해야 초조해 지지 않는다. 거실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1시간여 지나 올라와 보니 여전한 버벅거림. 문제가 있다 싶었다. 혹시 랜섬웨어? 생각이 들어 외장하드 전원을 껐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여 지나 외장..
2023년 10월 10일 이젠 그만 들어와요. 나의 마지막 가을. 양평에서 보내는 마지막 가을. 마지막이라는 말이 이리도 서운한 말이었던가? 청명하게 푸른 가을 하늘색이 마지막 가을을 더욱 서운하게 만든다. 작년에는 맑은 가을 하늘이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동녁으로 솟아오르며 황금빛을 뿌리는 아침해가 그리도 황홀할 수 없었다. 오전 10시 무렵 잔디 마당에 쏟아지는 따스한 기운이 그리도 고울 수가 없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서면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의 핑크빛이 이리도 내 마음을 붙잡을 줄 몰랐다. 그저 양평 전원주택에서 맞이하는 모든 자연현상이 경이롭고 아름다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내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에는 다시 아내 곁으로 가기로 하고 보니, 이곳 양평에서 주어지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통영에서 느꼈던 ..
2020년 10월 11일 나는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루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사람. 계획을 세워 일처리를 할 것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덤으로 끌고 가는 사람이다. 마음에 따라서 생각에 비례해서 신체는 반응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있는 매우 불행한 사람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있으면 기운차게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눈은 떳으되 신체는 머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며 깬 것도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이런 저런 공상과 걱정만 하게 된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2020년 10월 10일 과거와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말에 앞서 '나는 누구였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하면, 수도 없이 떠오르는 나의 잘못을 마주하게 되고 참회를 하게 된다. 죄책감을 씻기 위한 속죄의 명상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나는 누구가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 미래의 내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를 거치고, 현재의 나를 떠올려야 미래의 나를 그려볼 수 있다. 불안감은 미래의 확정되지 않은 일을 현재의 확정된 일로 가져오려 함으로써 빚어지는 갈등이다. 현재의 나를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으로서의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방법이 잘못되었다. 해결책은 현재의 연장선에 서게 하는 미래의 나를 버리는 것이다. 즉 현재의 나를 바꾸면 ..
2020년 10월 9일 넘기 어려우면 돌아서 가면 된다. 넘을 수 없으면 돌아서 가고, 마주하기 싫으면 피하면 된다. 아래층에서 담배연기가 올라온다. 영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다 보복심리로까지 발전한다. 순간,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번듯 든다. 정작 담배 피우는 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피우고 있는데, 내가 왜 불편한 마음으로 괴로워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창문을 닫고, 10여분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니 담배 냄새도 사라지고 내 마음도 평온해 진다. 넘기 어려우면 돌아서 가면 된다.